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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1

2021. 5. 1. 02:43 * 씀/없음

 

최근 나의 화두는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시대임에도, <여전히> 회화를 선택하는 것에 관해 스스로 어떻게 인지하고 판단해야 하는가'였다. 나는 회화 전공자지만, 동시에 어릴 적부터 컬러 텔레비전을 보고 자라 열 살 무렵부터 타블렛으로 CG를 그려온 사람이기도 하다. 오늘날까지 내가 종이를 놓지 않고, 이 얇은 한 장에서 계속 무언가 술술 꺼낼 수 있을 거라 믿고 기대하는 마음은 대체 어디로부터 기인하는가? 혼자 답을 구해도 썩 마음에 드는 결론이 나오지 않아, 다른 전공자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물성을 가지고 작업하는 사람이니까 더욱, 디지털 그림과 일반 회화에는 확연한 물성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 '무게'도 다르다고 생각하고. 내가 말하는 무게는 회화가 더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는, 권위의식을 내포한 맥락 속 단어가 아니라는 건 알지? 난 말 그대로 내 그림이 몸을 가질 수 있는 게 좋은 거야, 나랑 똑같이. 어떤 공간에서 부피를 가지고 한 귀퉁이를 차지하던 재료들을 꺼내 직접 손으로 매만지다가 작품으로 한데 엮으면, 최종적으로 그것들이 한 무게를 가지게 되잖아.

거기에 더해 나는 이런 얘길 했다.

-질량을 가진 물체들 사이에는 중력이 깃든대. 그러니까, 그게 재료든 작품이든, 우리가 거기에 '끌리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 내가 내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의 질량은, 측정하자면 단 몇... ... 모르겠다, mg이겠지. 완성된 그림의 종이 질량에서 처음의 빈 종이 질량을 뺀 만큼. 딱 그만큼이 나를 온갖 귀찮음 속에서도 내일 또 벽 앞에서 버티기 위해 밥을 잘 먹고 운동하게 하고, 가끔 절망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리도록 만드는 것일 수도 있겠다.

작은 대화를 마치고 보니, 친구나 나나 실컷 <그리는 사람> 입장에서 말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와 친구에게 회화는 CG와의 확고하고 구조적인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 최종 승인한 결과라기보다는, 결국 그저 '내가 좋으니까' 지속적으로 선택해온 그림 행위라는 말이다. 한편, 오히려 회화에 큰 자존심을 걸지 않으며 회화를 단순한 매력 덩어리로 바라보고, 좋을대로 접근해버리는 능청스러움을 자연스레 장착하고 있는 것도, 아이패드 사용이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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