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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4

2021. 10. 24. 18:05 * 씀/없음


온 힘을 다해 걸으면서
길의 울퉁불퉁함에 계속 주의를 기울였다. 벽돌 하나가 빠지거나, 경사가 일정하지 않은 길들은 도처에 지나치게 많이 널려 있었다. 한국의 길은 아직 많이 위험하다. 길뿐만 아니라, 가끔 보면 벽들도 이리저리 뜯겨 있다. 누가 길에 있는 멀쩡한 벽을 뜯는 걸까? 대체 누가?
어떻게?


학기중에도 이런저런 일들을 겸업하다 바삐 퇴근하던 8월 막바지의 어느 날, 나는 불행히도 이가 나간, 그 오래된 벽돌길에 혼자 걸려 넘어져버린 것이다!!!!!!


학기중에 조금이나마 휴식기를 가지는 건, 애초부터 내 일정에 없었다. 당장 급해서 미룬 일들은 눈덩이가 되어 완치되기도 전에 돌아왔고, 그나마 그만큼 버티기까지도 사방을 향해 절에 가까운 사과를 여러 번 해야만 했다. 내가 빠져도 전혀 상관 없는 잡다한 일들뿐이었지만, 말단 한 명이 빠지는 것조차 중간 관리자가 직접 신경써 그 주변을 처치해두어야 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연락을 받고 일정을 조정해주시는 분들께 한없이 죄송해지는 나날이었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무리해서라도 서울을 왔다갔다 해야 하는 상황이 급작스럽게도 찾아와버렸다. 택시비로 기십 만 원은 쓴 것 같다. 기회가 기회인만큼, 놓치고 싶지 않아 조금은 무리를 해야만 했다. 여러 소속과 매일 연락을 주고받으며 머리가 깨질 것 같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은혜를 잊지 않고 제대로 갚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어렵고 사회적인 일이었다.
 일의 진행을 위해 나의 확언이 필요해진 몇몇 사람들은, 내 몸의 마감일을 물었다. "언제 다 낫나요?" 글쎄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다리가 코끼리 다리만큼 부었는걸요. 첫 병원을 잘못 만났는지, 엑스레이는 찍었지만 인대와 근육은 어떻게 됐는지나 통증과 붓기가 얼마나 지속될 건지 그 진단과 주의점 같은 걸 하나도 못 들었어요. 의사 선생님도 첫 방문 직후 바로 바뀌었고요. 하지만 이런 걸 매번 상세히 얘기할 순 없는 거겠죠. 어쨌든 민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마감일은 정말, 정말로 모르겠어요.

휴학할 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학교 수업에도 지장이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 수업이 자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단 것이 그나마 나은 점이었다. 대면수업은, 교수님의 배려로 단독으로 온라인 강의를 수강했다. 실기 수업이라 작업물을 직접 보여드리는 게 좋았지만, 그래도 일단 개인 피드백만 받으면 되는 수업이기에 참 다행이었다. 구글 문서에 작업물을 찍어 꾸준히 업로드하고 교수님과 공유했다.

 몸은 참 느리다. 지금껏 내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속도에 내 몸을 끼워맞추려 했는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돼버렸다. 안 그래도 몸에 관련한 이론 수업을 듣게 되면서 많은 반성을 했다. '마침 나는 학기 초에 이런 주제에 관심이 많았구나. (에휴...) 너무 좋다.' 라고 생각하며 수업을 듣고 있다. 어쨌거나, 이전까지 내가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부분들을 생략하고 오만하게 몸의 감각을 희생시켜 온 건지 헤아릴 수 없었다. 넘어지기 직전에 난 심지어 한 손에 핸드폰을 쥔 채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다고!! 이제부터 나는 내 몸의 시선을 감각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몸이 배우는 방식으로 배워나가야 한다. 그건 바로 습관을 통해 익히는 것이다. 두 달 가까이 절뚝거리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조금씩 절지 않고 집중해 걸으며 내 골반이 틀어지지 않도록 노력해볼 수 있을 것이다. 병원을 바꾸고 통증이 많이 가라앉았으니까, 물리치료도 꾸준히 다니고 찜질도 하고 의사선생님이랑 계속 조금씩 걷는 연습을 하면 되겠지. 완치되면 다시금 제대로 된 걸음걸이를 배우고 몸을 새로 길들일 것이다. 망할 핸드폰은 주머니에 좀 넣고.


이렇게 열심히 치여 살아도, 아마 연말에 결과는 그닥 흡족하지 않을 것이다... 왠지 그런 예감이 든다. 성과에 관해서 내 예감은 별로 틀리는 일이 없다. 하지만 괜찮다. 괜찮을 거다. 이렇게 힘들었으니까, 그때쯤이면 힘든 시기는 지났을 테니까. 12월엔 지금보다 나아져 있을 거니까. 그 때를 대비해 미리 글을 적어둔다. 이 어려움을, 이때 보였던 울퉁불퉁한 길을 잊지 말라고. 그리고 지금 온 힘을 다해 걷고 있냐고 묻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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